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08-12 08:37:07
  • 수정 2019-08-12 11:02:02
기사수정

【미디어내일N 박효영 기자】 사실 정확히 몇 명이 남을지도 불확실하다. 민주평화당은 14+2 체제였는데 정동영 대표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다가 12일 탈당을 예고한 현역 의원만 10명(천정배·박지원·유성엽·장병완·김종회·윤영일·이용주·장정숙·정인화·최경환)이다. 여기에 독자 행동을 하는 김경진 의원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소위 대안정치(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 연대) 파동 이후 평화당은 매우 쪼그라들 운명에 처해있지만 박주현 의원은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당적이지만 평화당 활동을 해왔고 현재 정 대표와 끝까지 가기로 마음을 굳힌 박 의원과 9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났다.


▲ 박주현 의원은 존버 정신으로 버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주현 의원실 촬영>


박 의원은 “개혁 세력들이 대개 자기가 무시를 당하고 어려운 상황이 되면 보수 세력은 자기 욕심으로 하기 때문에 끝까지 버티는데 진보는 에이 내가 안 하고 말지 그렇게 너무 쉽게 포기를 한다”며 “개혁이 성공하려면 정말 유능하고 존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버는 “존나게 버티기”라는 은어이고 견디고 또 견딘다는 의미다.


박 의원은 거듭 “존버 정신으로 나가야 한다”며 “우리가 정말 개혁을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개혁의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능력을 보여줘야 하고 어려운 상황을 끝까지 버티고 존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는 작년 6월20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유권자가 신생 정당에 뭘 믿고 표를 주는가”라며 “과거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 정의당의 초라한 결과를 두고 엄살 부리지 말라고 말해줬는데 그때만 해도 국민에게 정의당은 신생 정당이었다. 과거 성적표가 없는데 어떻게 결과를 비교하고 참패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바른미래당이나 평화당도 참패가 아니다. 엄살 부리면 안 된다”고 고언했다.


그런데 그냥 버틸 수는 없다. 비전과 가치는 확고해야 한다.


박 의원은 “(대안정치가) 제2의 안철수를 만들어서 뭘 해보겠다고 하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71년에 대통령직을 탈취당할 때부터 26년을 버텨서 정권 교체를 한 것이고 영남 개혁 세력이 김영삼 대통령의 3당 합당으로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후에 10년을 버텨서 노무현 대통령을 양자로 들여보내고 또 10년을 버텨서 혁신과 통합이 헤게모니를 가져간 것”이라며 “호남 개혁 세력도 패권 그룹이 되지 말아야겠지만 김대중 정신을 잇는 호남 개혁 세력을 만들려면 최소 10년을 버텨야지 이게 뭐 2년도 못 버티고 뭘 할 것인가”라고 역설했다.


이어 “나는 정 대표가 마음을 굳게 먹고 뭐 나는 지금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서 당황하지 말고 꿋꿋하게 이걸 펼쳐나가고 이제 존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박 의원과 대안정치에 있는 정인화 의원까지 포함해서 5+1(정동영·조배숙·김광수·황주홍·정인화·박주현)로 남으면 가장 좋겠지만 황주홍·정인화 의원은 함께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3+1에서 더 이탈할 수 있다는 불길함도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은 △호남 개혁 △뉴DJ(故 김대중 대통령) △연대의 길로 꿋꿋이 간다면 희망이 있다고 믿고 있다.


박 의원은 “바른미래당이든 정의당이든 개혁적인 인사들(채이배 의원 등)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겠다고 하의도 선언(7월25일)에서 밝혔다. 개혁 진영과 연대하겠다는 것이 우리가 갈 길”이라며 “(대안정치가 정 대표 체제에 대해) 좌편향이라고 대놓고 그런다. 천정배 원내대표 카드를 반대한 것도 좌편향이라서 그랬다. 정동영·천정배가 좌편향이면 저분들에게 김대중 대통령은 빨갱이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 박 의원은 호남 보수와 호남 개혁 세력이 함께 가야 하지만 그게 불가능해졌으니 따로 갈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박주현 의원실 촬영>


박 의원은 대안정치의 핵심 인물(유성엽·장병완·박지원 등)을 호남 보수라고 규정했다.


이를테면 “끊임없이 장병완 의원(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은 그냥 기획재정부 얘기를 하는 것이고 유성엽 의원은 자유한국당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택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고 그 동생(유재길 한국당 은평을 당협위원장)이 실제 한국당 소속이다. 장병완·유성엽·박지원 세 사람은 정 대표의 스탠스에 불만이 많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 의원은 지난 5월13일 신임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선되고 “당은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한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 형식적인 일사불란함은 당을 죽이는 일이다. 당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대표가 경제 정책에 있어서 너무 진보적으로 치우친 것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행간을 읽을 수 있다.


지난 8일 대안정치 기자간담회에서는 “정 대표께서 부동산 문제에서의 아주 개혁적이고 열정적인 활동에 대해 전적으로 박수를 보낸다. 분양가 상한제나 원가 공개라든지 특히 정 대표가 국토위(국토교통위원회)에 소속해서 추진하는 것은 전적으로 지지하고 환영한다”면서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교조주의적 원리주의적 진보의 길을 반대한다. 대한민국 정치판에서의 가짜 보수와 진보를 내몰아내고 정말 정치 세력을 교체한다는 것이지 합리적인 진보의 주장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분양과 자영업자 임차권 강화)을 뺀다면 정 대표가 하는 것 중에서 뭐가 (진보 원리주의적인 것이) 있는가. 선거제도 개혁을 반대하는 것인가. 나는 물론 (정 대표의) 자산 양극화 완화 관련된 것들을 좀 줄이고 예산에서의 양극화 해소 이런 걸 강조하긴 했다. (대안정치가 정 대표 방침 중에) 호남 예산을 좀 더 확보하자는 것을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닐테고.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런는 것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뭘 가지고 좌편향이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그분들은 호남 개혁이 불편한 것이다. 우리가 보수 세력의 헤게모니를 가질 수는 없다. 우리가 수 십년간 개혁 세력에서 있었는데 갑자기 영남 보수나 한국당 지지자들에게 가서 주인이 되겠다고 할 수 없다. 우리(호남 개혁 세력)가 개혁 세력 전체에서 헤게모니를 갖고 있다가 (영남 개혁 세력으로부터) 놓친 것이다. 거기서 호남 보수들이 안 좋은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호남 보수와 호남 개혁 세력이 함께 가되 호남 보수가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즉 “김대중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걸 두고 마치 김대중 정부의 가르침이 신자유주의 정책인 것처럼 하니까 문제”라며 “내가 친노에 있을 때 보니까 영남 개혁 세력들이 호남 보수들을 진짜 보수적이라고 하고 치고 들어온 것이다. 우리가 다시 개혁 세력의 헤게모니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전면에 호남 개혁 세력을 앞세워야 한다. 호남 보수와 호남 개혁 세력이 같이 가야 하는데 누구를 앞장세울 것인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박 의원은 “전체 개혁 세력의 헤게모니를 잡으려면 호남 개혁 세력이 앞장서야 할 것 아닌가. 자기들은 뒤에서 예산을 열심히 확보하고 보수의 역할을 하면 된다”고 주문했다.


물론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박 의원은 “호남 보수가 그동안 영남 개혁 세력에게 계속 폄훼를 당하다가 (민주당 계열의) 당내에서 이미지가 굉장히 안 좋았다. 예전에 개혁 세력 내에서 영남 개혁 세력에게 개혁 세력도 아니면서 호남에서 깃발 꽂고 쉽게 당선됐다고 공격받고 그렇게 하다가 국민의당과 민주평화당에서 완전 신분 세탁을 했다. 국민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넘어오면서 장병완·유성엽·박지원의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졌다”며 “개혁 세력과 같이 묶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누가 보수 아니랄까 봐. 원래 보수는 욕심에 의해서 심장이 뛰는 것이고 진보는 명분과 가치에 의해서 심장이 뛰는 사람들인데. 이분들은 워낙 보수니까. 그러다가 국민의당 민주평화당에서 신분 세탁을 한 것이고 갑자기 자기들이 주인이 돼서 앞장 서서 하려고 하니까. 그 사람들이 앞장 서면 개혁 세력 안에서 죽었다 깨어나도 헤게모니를 못 차지한다. 그 욕심 사나워서 호남 개혁 세력들을 좌편향이라고 끌어내리고. (대안정치 파동 이후) 이제 이분들과 호남 정치 복원은 불가능하겠구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대안정치는 지난 4.3 재보궐 선거 직후부터 일종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


박 의원은 “(대안정치 쪽에서) 보궐 선거에서 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궐 선거 끝나면 지지율도 안 좋고 그러니 비상대책위원회를 하자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최명철 후보가 전주시의원으로) 보궐 선거에서 이겼다. 이긴 데다가 공동 교섭단체까지 하면 날개를 다는 거다. 보궐 선거 이기고 (정의당의) 여영국 의원까지 됐다. 그렇게 평화당이 확 올라가면 박지원 의원 입장에서 자신이 (장악력을) 잃는 것처럼 된다”며 “그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게 된다. 오로지 발목을 잡아서 내 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도 11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말 동안 대안정치 인사들의 탈당을 막기 위해 그들과 통화하면서도 탈당의 명분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끝내 답을 듣지 못했다. 결국 탈당을 무기로 특정 인사의 비례대표 선정권 등 공천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만큼 아직 당원 여론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다. 당원들의 마음은 좀 더 진보 개혁적으로 나아가라는 것이 정 대표와 박 의원의 해석이다.


박 의원은 “당원 여론은 (정의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만들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개혁적으로 각을 보여야 한다. 유성엽 의원처럼 각을 보이면 한국당과 똑같은 것이다. 유성엽 의원은 한국당식으로 각을 세우고 있고 박지원 의원은 완전 아부(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자나 유시민 작가에게 대통령 출마 요청 등)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개혁 야당의 길을 가는 것이 맞는데 대안정치 인물들이 호남 보수로서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한 박 의원. <사진=박주현 의원실 촬영>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더라도 개혁 야당으로서 각을 세워야 한다.


박 의원은 “장병완·유성엽 의원이 전면에 나서서 너무 아닌 쪽으로 당을 끌고 가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다. 그건 아니지 않느냐. 우리가 생각하는 개혁 노선으로 확 가고 싶은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응하는 방향도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소비주도성장을 해야 한다. 임금 위주가 아니라 예산으로 소득 재분배를 할 생각을 해야 한다. 민간에 개입하고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하려고 하니까 이상해진다. 소득 재분배를 통한 총 소비를 높이려고 해야 한다. 그런 것은 물론 공무원들이 싫어한다. 공무원들의 갑질은 예산을 쥐고 있는 권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풀어냈다.


정 대표는 현재 대안정치 없는 평화당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1년간 당을 끌고 오는 과정에서 내부가 하나 되지 못하고 갈라지고 어려움이 많았다. 그동안 당내 이런저런 다른 목소리가 컸는데 몸무게가 가벼워지게 될 것”이라며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정당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 사회에는 (제도권 정당을 통해) 대표되지 않은 사람이 많다. 300명 국회의원이 있지만 이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가. 본인들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 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는 동안 대표되지 않는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런 분들과 함께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마이 웨이의 출사표를 밝혔다.


박 의원은 좀 더 구체적인 마이 웨이 플랜으로 뉴DJ를 어필했다.


한 마디로 “지금 당장 나온 것은 뉴DJ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조기 공천으로 가자. 경선할 상황이 아니고 더불어민주당은 경선해야 하니까 본격적인 출발을 못 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도 발굴하고 외부에 인사를 모셔야 한다. 빈 공간이 많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자산이 호남이기 때문에 뉴DJ를 발굴해서 호남에다 자리를 주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좀 더 나아가면 “내부적으로는 (기존에 운영했던) 갑대위(갑질대책위원회)든 소상공인이나 청년 그룹들과 계속 만나는 것이다. 그런 그룹 중에 좀 정치에 관심있는 분들이 있으면 그들과 블록체인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을들 집단 전체와는 좀 어려울 수 있더라도 그들 중에 정치적으로 해보겠다는 집단과 연결해보고 싶다. 예를 들면 소상공인 정치 집단이라면 독자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고 서로 연결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효영 기자 edunalist@usnpartners.com


Copyright ⓒ 미디어 내일엔 & www.medianext.co.kr 무단 복제 및 전재 – 재배포 금지


*독자 여러분의 광고 클릭이 본지와 같은 작은 언론사에는 큰 힘이 되며 좋은 기사 작성에 밑거름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medianext.co.kr/news/view.php?idx=297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인기 오피니언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내일N 포커스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많이본 뉴스
게시물이 없습니다.
최신 기사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