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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3-07 00:31:16
  • 수정 2019-03-11 18: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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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정치화가 진짜 해답!


▲ 가운데. 발언 중인 이수경 씨(경남, `조례만드는 청소년`) <사진: 김남미 기자>


나도 투표하고 싶다!”고 외치는 초··고등학생이 주변 어른들에게 잠시 후 듣게 될 말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를 4가지 정도로 추려볼 수 있다.


어린 게 뭘 알아

더러운 정치에 아이들이 물들면 안 되지

교실이 정치판이 되면 어째

애들은 주관이 없어서 교사나 부모의 의견에 휩쓸려서 투표하게 될 거야


【미디어 내일N 김남미 기자】어제(5), ‘18세 선거권 시대를 준비하는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 중 1인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위와 같은 우려에 대해서 이렇게 답했다. “그동안 (특정 정치인들이) 더러운 정치만 했다면, 이제 한 걸음 물러나라. 우리가 덜 더러운 정치 만들겠다.”


이 날 토론회에 참여한 청소년·학생 발제자들은 교실의 정치화논란에 맞서, 학교는 정치적이면 안 된다는 전제를 뒤집었다. , ‘학교의 정치화가 진짜 해답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을 들어보자.


가만히 있으라는 말, 더 이상 듣지 않겠다

작년, 고교 졸업한 주은 씨는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었던 자신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살아야 한다고 느꼈던 계기가 세월호 참사였다고 말한다. 당시 중3이었던 한 참가자 역시 “(세월호가) 어른들만의 일이 어떻게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장 소름끼치게 겪었던 사건이라며 지금 청소년 참정권을 반대하는 말들이 너희는 미성숙하고 아는 게 없으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정치가 내 삶을 둘러싼 현실 문제에 대한 개입이라고 했을 때, 이로부터 배제된 이들은 무엇을 감당해야 했을까. 작년 5, ‘선거 연령 하향을 외치며 삭발을 감행하고, 국회 앞에서 한달간 농성을 벌였던 청소년들은 어떤 이유로 그렇게 필사적이었을까. 촛불청소년인권법인권연대(이하 촛청법연대)의 민진 씨는 청소년 선거권 운동을 하는 이유는 청소년을 하대하는 사회를 바꾸고, ‘학교와 가정으로부터 비롯된 폭력에서 안전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인권의 차원에 있다고 말한다.


지난 달 16, 청소년들은 청와대 앞에서 학교 내 성폭력 해결을 위한 2차 스쿨미투 집회를 개최하며 정부의 응답을 촉구했다. 하루 뒤인 17, 서울공연예술고 재학생들은 누가 죄인인가라는 제목으로 학교 비리를 겨냥한 고발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하며 유수 언론의 보도를 직접 끌어냈다. 세월호 참사, 국정화 교과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한국사회의 지난 궤적에서 필요했던 건 순응보다는 의심과 질문이었다. 이 과정을 10대들도 함께 겪었다. 이들은 더 이상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리라 믿지도, 기다리지도 않는다.


실질적 보호는 어른들이 할 게 아니라 제도가 해줄 것


인위적으로 너희는 정치를 못 하는 존재라고 말해도 학생들은 이미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수경 씨의 말처럼 10대들은 허락받지 못한 시민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정치적 역량을 이미 발휘하고 있다. 학교의 잘못된 관행을 알리는 대자보를 붙이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의 주체가 되고, 정당 활동에 참여하는 등으로 말이다. 이는 전부 발제자들이 실제 경험했고, 여전히 진행 중인 일들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10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은 곱지 않고, 주변의 압박도 상당하다. 정의당예비당원협의체 허들에서 활동 중인 찬영 씨만 해도 이번 국회토론회 발제와 개근상을 맞바꿨다. 토론회가 개학 이후로 잡히면서 의원실에서 공문을 보냈지만, 학교 측에서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단결석 처리했기 때문이다. 수경 씨는 학교에서 튀는 학생으로 찍히면서 저런 애가 나중에 IS 테러집단에 들어가는 것운운하는 교사의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그는 정치적으로 여겨지는 활동을 하면서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 굉장히 불안했다. 안 다쳐도 되는데 더 다치면서 그렇게 활동을 해왔던 것 같다.”고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투표권이 없다는 게 청소년 인권 보장을 위한 법 개정에 있어서도 얼마나 큰 한계로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예시를 전했다.


경남 교육감이 기자 간담회에서 나는 선출직이라 (조례를) 원안 그대로 밀고갈 수 없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사실상 미안한데 내 지지율은 너희들한테 안 달려있다는 의중을 드러내는 뻔뻔한 표현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현직 정치인들이 선거권 없는 청소년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시다.


이에 촛청법 연대의 민진 씨는 “(청소년 인권의 측면에서) 이렇게까지 우리 사회가 진전되지 못 한 건 당사자들의 정치적 권리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청소년에게 필요한 건 시혜적 보호가 아니라, 동등한 시민으로서 결정할 권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원래 정치는 휩쓸리고, 흔들리면서 하는 것

한편, 주은 씨는 정치를 해로운 것으로 말하는 주장은 오히려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한다고 말한다. 20대 투표율이 낮다고 욕하면서 스무살 바로 이전까지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로막는 건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식의 금지 위주 교육이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에서 자기 의견을 내는 것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사의 주입식 정치 교육이 걱정 된다면, 교사-학생 간의 위계적 질서를 보다 평등하게 만들어 학생에게 발언권을 부여하고, 강요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청소년은 투표도 남의 뜻에 휩쓸려서 할 거라는 세간의 반응에 수경 씨는 이렇게 응수했다. “원래 정치는 휩쓸리는 것이고, 흔들리면서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정치인들도 선거철마다 목이 터져라 외치는 이유가 국민이 본인 정당으로 휩쓸리기를 바라기 때문 아닌가?”


이들은 선거 연령 하향을 통해 정치와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해 역으로 질문한다. 타인에게 휩쓸리지 않는 정치라는 게 가능한가? 정치에 자격이 필요한가? 선거권을 가질 자격은 어떤 이유로 누구에 의해서 정해졌나? (성인만을 법적 국민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한국은 어른들만의 나라인가? 특정한 정체성이나 상태를 이유로 시민권을 박탈하는 사회가 민주주의 가치가 제대로 실현된 사회인가? 이제는 10대에 대한 습관적인 의심과 반대 대신, 이들이 던진 질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시작해야 할 시점 아닐까.


김남미 기자 nammi215@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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