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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5-23 19:39:43
  • 수정 2019-08-08 14: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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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죽었다 살아난 사람은 그 가오가 있잖아요. 어차피 죽을 뻔한 인생이었는데 해보자.


▲ 간호사 2년차 김연수 씨.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을지로분과에서는 홍보전략위원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 김남미 기자>



【미디어내일N 김남미 기자】무려 쓰리잡이다. 2년차 간호사 김연수 씨는 얼마 안 되는 오프(휴일)를 정당 활동에 쓴다. 그 와중에 시간을 쪼개서 방송통신대학에서 법학 공부까지 한다. 보통 에너지로는 소화하기 힘든 스케줄이다. 사실, 연수 씨는 작년 1월 대학 병원에 입사하고 신규 간호사로 일하면서 더 이상 일하면 정신적으로 위험해지겠다고 느끼는 순간까지 몰렸던 적이 있다. 그리고 올해, 민주당 청년을지로 분과에서 간호사 처우 개선에 관련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실 죽었다 살아난 사람은 그 가오가 있잖아요. 어차피 죽을 뻔한 인생이었는데 해보자.”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서 덤덤한 결기가 묻어났다.



신규 간호사 들어가고 1년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1년 만에 들어간 첫 직장이었다. 3교대, 5시간에 달하는 오버타임, 높은 업무 강도. 20년씩 일한 경력자들도 버거워 하는데, 이제 막 첫 발을 뗀 사회초년생이 감당하기엔 더욱이 가혹한 조건이다. 하지만 병원이라는 특수성과 폐쇄적 문화가 신규 간호사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의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초반에는 오버타임이 굉장히 심해요. 이브닝이면 오후 11시 퇴근인데 새벽 3, 4시에 간다거나 나이트면 오전 7시 퇴근해야 하는데 낮 11, 12시까지 못 갔어요. 집에 못 가니까 병원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 다시 출근하고.”


간호사들은 정규 근무 시간 전후로도 추가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인계라고 부르는 환자 파악이 그것이다. 근무 전, 물품 개수까지 일일이 챙겨야한다. 그렇게 세놓은 물품이 근무 중 분실 되면 본인 잘못이 아니라 해도 책임 져야 한다. “원래 이런 건 신규가 하는거야는 말 아래 떨어지는 스테이션 정리, 식사 가져오기, 자잘한 잡일 등도 전부 신규의 몫이다. 일명 막내 잡(job)’이다.


간호사 처우 문제와 관련해 작년 가장 많이 보도된 것은 태움이다. 1년 차 시절, 연수 씨에게 상처로 남았던 사건이 있다.


담당 환자가 두 번째로 돌아가셨을 때, 사후 처치를 능숙하게 못 했어요. 그랬더니 선배가 너 한 번 이 상황 직면했잖아. 왜 아무것도 못 해?’ 20분 동안 태우더라구요. 그러고는 안 도와줬어요. 사후 뒷정리를 혼자 새벽에 했어요. 일부러 너 혼자 해봐라 이런 거죠. 그 때 좀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컸어요.”


이런 경험을 했지만 연수 씨는 태움이 자칫 개개인의 인성 문제로만 다뤄지는 것은 경계한다. “악하거나 성격 나쁜 사람만 간호사가 되진 않잖아요. 죽을 것 같은 환경이 있고, 인계를 주는 직업이다 보니, 앞 번에서 신규가 일을 빠트리면 본인이 다 뒤집어쓰고 실제로 치명적으로 영향을 받아요. 그런 구조를 봐야 해요.”



30일만에 수백 가지 프로토콜 익혀라?


사실, ‘지옥 같은 1의 가장 큰 주범은 입사한 지 한 두달만에 충분한 훈련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환자 대응이다. 신규 간호사 훈련 기간이 턱 없이 짧고 교육 내용이 미흡하다는 점은 거듭 지적되었다.


연수 씨 역시 3개월 트레이닝을 약속 받았지만 1명이 응급 사직을 하면서 2개월 만에 독립했다. 말이 2개월이지 근무일수로 따지면 30일 약간 넘는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교육답게 하나씩 상세히 배울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사실상 정신 없이 일 하면서 알아서 숙지해야 한다.


간호사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의료인이다. 실전에서 배우고 외워야 하는 양이 방대하다. 개별 검사마다 필요한 주사의 개수, 투약 용량, 보호자에게 받아야하는 동의서 종류 등 복잡한 과정이 따른다.


이런 프로토콜 몇 백가지를 다 습득해야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어요. 그걸 몇 십일 교육 받은 신규가 하는 거예요. 사실 (병의) 중증도마다 교육 기간이 다 달라야 해요.”


신규 간호사 이직 영향 요인논문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의 업무 적응에 필요한 적절한 적응 기간은 8~12개월이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는 한 토론회에서 캐나다는 간호사에게 1년의 교육 기간을 거친 뒤 발령을 내린다. 그 전에는 아예 중환자실 지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한 적 있다. 환자 입장에서도 더 안전한 치료를 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지만, 한국에서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외면한다.


(예전에 병동에서) 환자 14명을 보는데 그 중엔 완전 중환자도 있어요. 감당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에요. 근본적인 인력 부족이 있는 상황에서 신규 간호사가 1년 내 10명이 사직했어요. 그런데 인력 보충이 바로 안 돼요. 와도 쌩 신규만 넣어줘요. 저도 그렇게 들어갔어요.”


한국이 간호사 한 명 당 담당하는 인구 비율은 OECD 국가 중 하위권 수준이다. 작년 3, 보건복지부는 간호 인력을 확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간호대 입학 정원 증원으로 신규 인력 배출 확대 근무 여건 개선 등을 통한 장기 근속 유도 유휴 인력 (경력 있으나 활동 안 하는 간호사) 재취업 확대 등이다.


그러나 현직 간호사들로부터 문제의 핵심을 외면하는 안일한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수 씨는 신규가 계속 그만두니까 많이 배출해서 (인력 공급) 값을 싸게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간호대 정원 확대 등은 문제 해결과 동 떨어진 방안이라고 못 박았다. 신규 간호사들이 10명 중 3명 꼴로 1년 내 그만두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 되는 열악한 근무 조건 개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에서 계속.




김남미 기자 nammi215@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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